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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윤슬의 zip119

단상집#17. 책을 만든다는 건 1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책을 쓰는 작가가 얼마나 힘든 건지 벌써 이해되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부터 잃어버린 필력을 찾습니다. 유연한 흐름으로 페이지를 채우고 싶은데 문장 간에 매끄러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어렵다. 아직 본론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문장력이 바닥난 것 같은 이 자괴감은 뭐지. 책 좀 더 많이 읽을 걸.설령 내가 전업 작가로 살았어도 쉽지 않았겠구나 짐작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책을 쓰는 건 지금까지 살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과거를 탈탈 쏟아 읽기 좋게 쓴 게 책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살아온 길을 최대한 선명하게 기억해 내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래서 평소에 최대한 많이 기록하라고 했나 보다. 문득 올해부터라도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는.. 2025. 1. 13.
단상집#16. 미술관 엽서 1.세계여행 다녔을 때, 미술관을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엽서를 구입했다. 저녁도 굶고 다니는 없는 살림에 엽서는 무의미한 지출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장한 지출인지. 여행자가 여행을 떠나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방법은 여행지에서 사 온 것들에 의지하며 사는 거다. 책상 앞 벽에 붙여둔 엽서들은 일을 하다가도 시선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이내 아련해진다. 추억에 기대며 해야 할 일을 하나 둘 해낸다. 그렇게 또 언젠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을 떠나겠지. 세계여행하는 시간이 길었던만큼 집까지 들고 온 게 여러 개다. 방이 여행의 흔적으로 가득하니 참 다행이다. 2.내게 엽서 구입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미술관에서 '이 작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나오는 길에 굿즈샵에서 엽서를 구입.. 2025. 1. 12.
단상집#15. 정리 1.방 정리를 좋아한다. 한번 눈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방을 뒤엎는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10년 20년 수시로 방을 뒤엎는데 이는 빨리 질리는 성격과 꽂히면 해야 하는 성격이 섞인 결괏값이다. 특히 프리랜서로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증세(?)가 심해졌다.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방에 쏟아져 작업실처럼 꾸미는 것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작업실을 꾸미는지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고 오늘의 집 집들이 사진을 자주 보게 됐다.방에 물건이 너무 많아 요즘은 큼직한 건 사지 않고 갖고 있는 물건으로 이렇게 저렇게 창의적인 방을 만들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큰 진열장을 들여 위에 소품도 올려놓고 안엔 책들도 꽂아 겉으로 볼 때는 깔끔하지만, 서재의 느낌이 나게 만들고 싶지만 리모델링할.. 2025. 1. 11.
단상집#14. 감사 1.어제 시작된 감기가 예상대로 오늘도 낫지 않아서 바로 신분증 들고 동네 내과를 다녀왔다. 독감이 보통 유행이 아닌 상황에 목소리 변조된 정도니 나름 안도하면서 진료를 대기했다. 집오는 길에 내내 '감사'라는 단어에 꽂혔다. 어제 TV에서 우연히 본 유퀴즈 송혜교 배우편 영향인 건지는 모르겠다. 오는 길에 초콜릿과 따뜻한 밀크티를 샀는데 두 개 모두 살 수 있음에 감사했고 컨디션이 이만해서 해야할 일을 다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주 견고한 계획형이라 아파서 일을 미루고 또 쌓아두게 된다면 절망적일 거다. 물론 지금 속도 메스껍고 눈도 피곤하지만. 타이핑 칠 수 있음에 감사. 2. 확실히 여러 개의 일을 하루에 많이 넣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종일 몰두하는 걸 더 선호하고 잘 하는 것 같다. 여러 개.. 202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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