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 정리를 좋아한다. 한번 눈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방을 뒤엎는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10년 20년 수시로 방을 뒤엎는데 이는 빨리 질리는 성격과 꽂히면 해야 하는 성격이 섞인 결괏값이다.
특히 프리랜서로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증세(?)가 심해졌다.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방에 쏟아져 작업실처럼 꾸미는 것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작업실을 꾸미는지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고 오늘의 집 집들이 사진을 자주 보게 됐다.
방에 물건이 너무 많아 요즘은 큼직한 건 사지 않고 갖고 있는 물건으로 이렇게 저렇게 창의적인 방을 만들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큰 진열장을 들여 위에 소품도 올려놓고 안엔 책들도 꽂아 겉으로 볼 때는 깔끔하지만, 서재의 느낌이 나게 만들고 싶지만 리모델링할 때 크게 배운 게 '절대 가구는 함부로 들이지 말자'다. 가구 하나하나가 엄청난 짐이다. 한번 자리 잡으면 옮기기도 쉽지 않고.
방은 특히 작업실은 나만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방만 봐도 책상 위만 봐도 어떤 걸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집착하듯이 뒤엎는 걸지도 모르겠다. 소중히 여기는 걸 티 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2.
소화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 마라샹궈 하나에 이틀 내내 속이 메스껍다. 아니 매운 걸 매일같이 먹어도 멀쩡했던 과거의 나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위가 불룩해진 상태에서 꺼질 줄을 모르나. 불편한 상태로 잠을 자고 일을 하고 외출하니 기분이 좋아지는데도 한계가 있다.
아. 이제 먹는 음식도 정리를 해야 하는구나. 잔인하지만, 그럴 때가 왔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건 조금만 먹고 이제 순하고 부드러운 음식들을 주로 즐겨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몇 가지 음식에 안녕을 고하는 일이기도 하구나. 연약해진 위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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