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다. 직업인, 한 가정에서의 역할(첫째 딸, 한 집의 가장 등..), 친구, 선생님 혹은 제자, 동네 이웃 등.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얼굴에는 정해진 개수가 없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A가 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직장 동료로서의 A이지만 그 동료는 누군가에게는 친구, 아들, 취미 모임을 함께 하는 지인일 수 있다.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규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장 동료로서 A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전체적으로 그런 사람인지는 감히 확신할 수 없다. 만약 내가 A를 친구로서 만났다면? 같이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만났다면? 내 후배였다면? 언니였다면? 옆집 이웃이었다면? 모든 입장에서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A의 모든 얼굴과 입장을 다 꿰뚫어보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건 마치 여행과 같다. 제주도를 10번도 넘게 다녀왔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해봤다. 제주도민과 대화를 나눴다. 제주도의 사계절을 모두 봤다. 한라산을 다녀왔다. 그렇다고 내가 제주도를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죽을 때까지 오지 않을 거다. 누가 가느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냐에 따라 그 날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달라진다. 수십 수 백 번을 같은 곳에 간다고 해도 영원히 나는 그곳을 다 안다고 말하고 다닐 수 없다.
2.
어떤 한 장면만 보고 에피소드 몇 개만 겪고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본 적이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설령 뉴스 기사에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어도, 지인이 '그랬대~'라고 말해도, 내 눈으로 목격하고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어도 언제나 그게 옳을 거라고 확신하지 말자. 오해하는 것일 수도, 사연이 있는 말과 행동이었을 수도, 누구에게나 있는 실수일 수도, 내 컨디션이 묻어난 시각일 수도 있다.
3.
무엇보다 내 생각이 맞다고 고집을 피운다고 해서 인생에 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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