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 딱히 바쁜 건 아닌데 횡설수설하는 기분. 어떤 일을 해도 정신은 다른 데에 가 있거나 카메라 노출값을 너무 올려서 화이트 아웃이 된 것 같은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덜렁대는 선을 넘어 생각 없이 사는 기분이 드는 날. '정신 차려!' 머릿속을 흔들어 깨우지만 전날 술 마시고 숙취가 심한 것처럼 깨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럴 때면 문득 '다른 사람들도 이런 날이 있나? 나만 그런 건가. 그럼 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럴 때는 캘린더 혹은 메모장에 할 일과 한 일을 적는 수밖에 없다. 마치 유치원 아이에게 '자자 이거 봐~'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적는다. 나열하고 하나씩 배치하면서 진정시킨다. 그래도 안 되면...하루는 포기하고 쉰다. 다만 지인들을 그런 날에 만나면 조금 눈치가 보인다. 내가 혹시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았는지 말을 제대로 했는지 동작이 어설프지는 않았는지 별 게 다 뒤늦게 생각난다. 나 혼자 우당탕와당탕 정신없는 건 나만 구르면 되지만, 상대방과 함께라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 나 인정 욕구가 올해도 여전하구나.
2.
모두가 힘든 요즘이라 오히려 나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물가가 오르고 취업(이직)이 쉽지 않음을 처음 체감했을 때 '위기를 기회로'라는 문장을 생각했던 내 생각과 교집합이 있다. 어차피 다 어려우니 조급해 할 필요 없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준비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 이 모양이지? 망했어' 좌절보다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다음을 생각하게 됐다. 물러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오늘은 한 걸음 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나아갈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설령 오늘 나아가진 못했더라도 내일 다시. 모레 또다시. 그러다 보면 하루에 두 걸음 가는 날도 오고 세 걸음 가는 날도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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