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쓰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다. 덕분에 과거의 기록이 필요하면 비교적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다. 휴대폰 앨범부터 컴퓨터 속 폴더, 일기장과 메모장 혹은 블로그와 같은 SNS 플랫폼에 모든 기록들이 있다. 남들보다 생성하는 속도가 빠르다보니 많은 과거의 기억들이 눈에 보이는 존재로 남아있다.
특히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보니 여행 기록은 어마어마하다. 요즘은 유료로 매달 결제하는 드라이브 용량이 걱정될 때가 있다.
'이게 계속 늘어날텐데 언제까지 돈을 내면서 쓰지?'
점점 월마다 내는 돈이 늘어날 게 뻔해서 대안이 없을까 문득 문득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문득 나는 생각을 제외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때 갔던 가게 이름이 뭐였는지, 그 여행을 몇 월에 갔었는지, 가는 곳을 몇 년만에 다시 가는 건지, 같이 갔던 구성원이 누구였는지, 그 순간 감정이 어땠는지 글로 사진으로 모두 기록되어 있다.
특히 여행 에세이를 쓸 때면 과거에 여행지에서 쓴 일기들이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눈에 그려질만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덕분에 꺼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생생하게 꺼내 쓸 수 있다. 나는 이게 기록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2.
지금의 나는 이십대의 내가 먹여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이십대의 나는 마이웨이였다. 경험하고싶은 것에 과감하게 시도했고 넓은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으로 새로운 스킬을 배우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다. 본업이 있었음에도 병행해서 최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들에 양분을 줬다. 그 결과값들이 이십대 후반에 하나 둘 보이더니 지금은 직장이 빠져도 그 만큼의 수익을 얻으면서 또 일을 벌일 시간이 확보되고 있다. 그 과정에 세계여행까지 다녀왔으니 정말 이십대의 내가 출퇴근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싶다.
그래서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미련이 없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의 내가 노력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번 경험한만큼 확신이 든다. 삼십 대의 내가 최선을 다해 산다면 사십 대의 나를 먹여 살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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