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는 안 오는 거 아니냐고 말했던 가을은 작년 떠날 때 한 약속을 지켰다. 덥다덥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춥다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 금방 붉고 노란 나무들도 볼 수 있겠지.
다행이다. 아직은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야속하지 않다. 오히려 기대된다. 아직 어린 모양이다.
#2.
요즘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 빠져있다. 이전에 <굿파트너>를 재미있게 보고 이제 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운 좋게 바로 다른 드라마에 과몰입하고 있다.
본래 로맨스 장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은 싫어한다. 꽁냥꽁냥이라 칭하는 그 장면들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달까. 이해가 안 간다. 그건 남녀 간의 사랑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그쪽에 대해서는 확실히 T처럼 생각한다. 감수성이 부족하다.
아직 스토리의 초반이지만 지금까지 봐서는 <나의 해리에게>는 사랑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간의 사랑 질투 불안의 감정이 스토리를 끌고 간다. 개인의 사연이 사랑에 영향을 주는 일련의 전개는 짧게 끊어 만드는 유튜브 영상만 봐서는 다소 복잡해 보이고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실제로 제대로 보기 전 내가 그랬다). 1화부터 차곡차곡 인물별 상황과 감정을 쌓아 올려 보면 이 드라마가 남여간의 사랑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 개연성에 입을 틀어막게 된다. 어머. 그렇게 스며들었고 어느새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많은 인물마다 배경이 있고 성향이 달라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만 알고 나면 거대한 파도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상 편집 능력이 탄탄한 스토리를 잘 받쳐준다. 배우들의 행동과 눈빛 또한 대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5화 엔딩의 편집 결과물은 캬... 컷 편집 그 이상, 한 편의 시를 담았다.
6화를 보면서 학생 때 썼던 소설들이 생각났다. 성인이 되고서도 글은 쓰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는데 다시 쓰고 싶다. 물론 공부는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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