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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리끼리만 걸리는 병이 있다. '내글구려병'. 창작의 고통이 심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지고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병이다. 최근에 그 병에 걸렸다. 그렇게 독하다는 감기도 며칠만에 뚝딱 괜찮아져서 가뿐하게 보냈건만, 이 놈의 병은 약도 없이 독하다. 어제도 원고 앞에서 머리카락을 쥐어잡고 책상 위에 엎드리고 글짓기 학원을 다녀야한다며 절규했다.
그렇지만 감기 걸렸다고 직장인이 퇴사하나. 작가도 징징댈지언정 타이핑을 쳐야한다. 문장이 어떻든 일단 나를 질질 끌어서라도 초고를 끝내야 한다. '내글구려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뿐이다.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병에 시름시름 앓고만 있을 수는 없다.
2.
모니터 앞에서 골골대는 마당에 이런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하는 게 조금 우숩긴한데 그럼에도 롱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분야의 책을 꼼꼼하게 읽고 닮고 싶은 글을 필사하고 공모전에도 응모하고 투고도 하면서 그렇게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을 내는 사람이 되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안경 쓰고 뜨개질하는 할머니도 좋지만, 컴퓨터 켜고 주름진 손가락으로 책을 쓰는 할머니도 퍽 유의미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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