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벚꽃편지
나는 어쩐지 갈수록 '흔들리는' 사람들이 좋아집니다.
요새 둘러보면 '단단함'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이 흔들리고 생각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점점 좋아집니다.
저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천진함,
계산 없는 순수함,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말랑한 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늘 소설을 쓰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싶었습니다.
굳어 있던 마음이 풀리고, 휘몰아치는 감정에 푹 빠지고, 그것은 어쩌면 벚꽃잎처럼 취약하고 연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종종 "약해지자!"라고 가장 친한 친구와 서로 다짐합니다.
"우린 너무 강해.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고.
너무 강한 건 아름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강할 삘요도 없는 것 같고요.
나는 나의 약한 지점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오래전부터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저토록 아름다운 벚꽃은 이제 일주일도
안 되어 우리 곁을 떠납니다.
벚꽃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저 연하디 연한 꽃잎과,
온 힘을 다해 일제히 피워내는 기세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가는 유한성과 부질없음 때문일 것입니다.
벚꽃의 그러한 본질 덕분에 그 앞에서 우리는 잠시 순해지고 천진해집니다.
내가 조금 더 다치더라도, 조금 더 아프더라도
자신 있게 약해지고, 순해지고, 사랑을 더 주는 일을 포기하지 마시길 빕니다.
62~63p
#2.
...그러면서 119 응급차에 실려가는 동안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골절을 걱정하기보다 '아, 이젠 교통사고에 대한 묘사는 잘할 자신이 있다'며 흐뭇해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쓰는 일은 건강에도 썩 좋지 않고, 평균적으로 돈벌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성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점점 괴팍해져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구원이 있다. 이렇게 모든 고통과 슬픔과 사건 사고에서도 무언가를 '건진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고독이 뼛속 깊이 사무칠 때,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고통의 감정은 내 안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킨다.
(중간 생략)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저마다 그 고통을 초월하는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에겐 종교가, 어떤 사람에겐 가족의 사랑이, 어떤 사람에겐 쾌락의 탐닉이.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은? 바로 글을 쓰는 것으로 그 고통을 초월하려 한다.
사람의 몸만큼 정직한 건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조작 가능한 것도 없는 것 같다.
138~139p
#3.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루틴을 가진 사람들은 이럴 때 가장 덜 휘둘리는 것 같다. 그들은 외부의 급변하는 환경을 불안감이나 조바심이 아닌 냉철하고 다소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꾸준히 무언가를 반복하고 쌓아나가는 일을 해오던 내공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마땅한 장소에 두 다리로 꿋꿋이 서 있기에 파도의 저항을 견딜 수 있다.
186p
#4
한편, 마음속 깊이 신뢰하는 한 사람이 나를 존중해준면 그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자신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을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에 스스로를 상처 입혀왔지만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격려 한마디에 콤플렉스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인정을 구걸할 필요도 없어진다. 살면서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선배나 어른, 친구를 만나게 되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좋은 기운과 영향을 받도록 한다. 보다 나은 '나'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은 그토록 중요하다.
- 저자
- 임경선
- 출판
- 토스트
- 출판일
-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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