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경북여행 동해안지질공원 여행지 경주 영덕 울진 포항

by 에디터윤슬 2026. 3. 2.
반응형
토지의 연대

 

 

‘지질’의 사전적 정의 중 하나는 ‘토지의 연대’다. 하루하루의 시간을 견디며 차곡차곡 쌓인 흔적. 1분 1초의 변화에 순응하며 만들어진 총집합. 돌의 형태나 지층의 무늬 등 겉모습도 시선을 붙잡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까지 생각하면 지층을 만들듯이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다양한 모양의 감정과 경험을 주워담으면서 나만의 삶을 만들어내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자고 다짐하게 만드는 곳. 지층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을 찾아갔다.
국내에는 제주도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전북 서해안권 단양 그리고 경북 동해안 등 총 일곱 곳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있다. 그 중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일원의 29개 명소가 포함된 경북 동해안은 2025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바다 그리고 산 위에 쌓여 있는 토지의 연대를 선명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몇 곳을 소개한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

 

경주 여행이 황리단길 조금 더 가면 불국사 정도에서 그쳐지는 경우가 많고 인프라 또한 그 일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 무려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모습의 주상절리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남 주상절리는 위로 솟은 절리, 부채꼴 모양의 절리, 기울어진 절리, 누워있는 절리가 자유로운 자세로 모여 있다. 무한대 기호(∞)가 생각나는 모양으로 모여 있는 모습이 거대해 대자연의 위엄이 느껴진다. 약 2,300만 년 전 화산이 흘린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식으며 만들어낸 결과이자 현재 진행형이다.
양남 주상절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밑에서는 측면으로 넓게 봤던 주상절리를 전지적 드론 시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주상절리 뒤로 펼쳐지는 바다의 결이 위풍당당해 주상절리와 잘 어울린다.
주상절리 전망대 일대에는 ‘파도소리길’ 트레킹 코스가 있다. 파도소리길은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약 1.7km(왕복 3.4km)의 평탄한 해안길로, 나무데크와 출렁다리로 구성되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약 1~1.5시간이 소요된다.

 

경주 골굴사

 

경주 양북면에 자리한 골굴사는 자연 암벽을 깎아 만든 12개의 석굴과 그 위에 조각된 마애여래좌상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특히 암벽에 조각된 마애여래좌상은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많은 수행자와 방문객들이 골굴사를 찾는 대표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그리고 기꺼이 긴 계단을 오르게 한다. 계단 수가 많고 가파른 구간이 있기 때문에 편한 운동화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골굴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선무도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굴사는 선무도의 총본산이다. 선무도는 몸 마음 호흡의 조화를 다루는 불교의 전통 수행법이다. 요가와 무예가 섞인 것 같은 동적인 시연을 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끈기와 집중력이 필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숱한 시간 동안 수행했을 스님들의 시연에서 곧고 깨끗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 동작 한 동작이 오랜 시간의 수련을 통해 몸에 새겨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질학적 시간이 땅에 지층을 만들듯, 수행의 시간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또 다른 지층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골굴사에서는 자연이 만든 시간과 인간이 쌓아올린 시간이 함께 숨 쉬고 있었다.
골굴사 선무도 시연은 매일 오후 3시에 진행하며 사찰에 방문한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덕 해맞이공원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이자 일명 ‘약속바위’를 볼 수 있는 재치있는 공원이다. 30만 본의 야생화가 장엄한 파도가 치는 바다와 함께 살고 있는데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다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 새끼손가락을 들고 약속을 건네는 바위가 있다. 바위에 어떻게 이런 양각이 생겼을까, 신기한 눈으로 바위 구석구석을 바라보게 된다. 특정 명칭이 붙은 바위는 사실 이름을 듣고 끼어 맞춰야 이해되는 것들도 있는데, 영덕 해맞이공원의 약속바위는 실제로 약속하는 손 모양과 동일해 놀랍다. 자연이 우연히 만들어낸 형태가 무심한 자연이 건네는 따뜻한 손짓처럼 느껴진다. 파도가 수억 년 동안 바위를 깎아 만든 손 모양 앞에 서면 시간이 만드는 조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과 경험들이 깎고 다듬어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약속바위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소다.
해맞이공원에서 해안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 경정항까지 갈 수 있는데 이를 ‘푸른대게의 길’이라 부른다. 영덕 블루로드 B코스에 포함된 길이다. 소나무가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해안길을 걸으며 자연의 굳건함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바람에 휘어진 소나무들의 모습에서도 시간의 흔적이 읽힌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무의 자세는 이곳을 지나온 바람의 역사를 보여준다.

 

울진 성류굴

 

울진 성류굴은 약 2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석회암이 오랜 시간 지하수에 의해 녹으며 형성된 천연 석회동굴이다. 길이 약 870~915m 깊이 250m에 달하는 거대한 동굴 속은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세계이자 수많은 걸작들이 담겨 있는 전시관이다. 물방울이 수백만 년에 걸쳐 완성한 지하 공간은 땅 위에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종유석, 석순, 석주 등 주어진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생긴 동굴 생성물들을 오르락 내리락 모험적인 길을 따라 걸으며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허리를 숙였다가 아예 기어가는 와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은데 중복되는 것이 없어 흥미가 이어진다.
탐방 코스는 약 40~50분 소요되며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거나 습도로 자연스레 생기는 물기 때문에 안전상 운동화 착용이 필수다. 

 

포항 흰디기

 

포항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의 일부인 흰디기는 처음 들으면 재차 물을 수도 있을만큼 생소한 이름을 갖고 있다. 흰디기는 ‘흰색을 띠는 언덕’을 뜻한다.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의 광물과 가벼운 원소가 많이 함유된 암석들이 해안가에 있다. 밝은 색의 암석 지층을 만져보면 시간에 질감이 있다면 거칠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그마가 폭발하듯이 밖으로 나와 땅 위에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난 과정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화산 폭발이라는 격렬한 사건의 흔적이 이제는 고요한 지층으로 남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흰디기는 해안가를 따라 데크길이 있어 경계 없는 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다. 흰디기 산책길은 약 1.3~1.8km로 이루어져 있다.
인근에는 먹바위 퇴적암과 선바우 각력암도 있어 다양한 지질 유형을 관찰할 수 있다. 같은 지역이지만 형성 과정이 달라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암석들. 자연의 다양성을 울진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 해당 글은 <스위트 SWITE> 매거진 2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반응형